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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출하지 않겠다면 아빠와 이혼할게
작성자 관리자 (Date : 2014.06.12 / hit : 3297)

가출하지 않겠다면 아빠와 이혼할게.

아이들이 비행을 저지르게 되기까지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나 그 중 부모의 영향력만큼 중요한 요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 양자만을 놓고 비교했을 때 아이들의 비행에 어느 쪽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이들의 비행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이들의 비행에 대한 아버지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버지가 자녀를 얼마나 수용하는지가 자녀의 품행문제를 유일하게 대변하는 변인이라고 하고, 자녀의 정신병리 중 겉으로 드러나는 외현화 문제, 즉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품행장애, 비행 등이 심리적으로 겪는 내현화 문제, 즉 우울, 불안과 같은 것보다 아버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는 아이들의 비행과 관련하여서는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가 매우 크고, 그것이 ‘어머니 효과(Mother Effect)’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년보호재판을 하다 보면 비행소년들 중에는 어머니와의 관계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나쁜 아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는 위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녀의 양육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불안정안 청소년기에 비행에 빠지지 않고 잘 극복하게 하려면 어머니와의 애착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와의 애착관계도 좋아야 하고, 그 중 아버지와의 애착관계가 더 좋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낮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와의 애착관계가 나쁜 아이들은 부성애의 결핍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부성애의 결핍에 직면한 남자아이들은 강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보상심리로 힘이 센 남자아이들을 새로운 부성의 형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고, 여자아이들은 아버지로부터 방임되었거나 거절당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기를 따뜻하게 수용해 줄 남자를 새로운 부성의 형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부성 찾기는 어떤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부성 찾기가 남자아이들에게는 폭력집단에 가입하게 만들고, 여자아이들에게는 성폭력을 당하게 하거나 성매매를 하게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현이라는 소녀가 있다. 미현이는 스마트폰 채팅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남자아이를 알게 되었고, 그를 만나기 위해 열세 살이 되던 2013년 1월경 집을 나왔다. 그런데 당시 열여덟 살이던 그 남자아이는 미현이가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아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하였으면서도 사랑을 핑계로 여관 등을 전전하며 미현이와 성관계를 가졌고, 미현이의 부모가 미현이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집으로 돌려보내기는커녕 오히려 대구와 대전 등으로 미현이를 데리고 다니며 자신의 욕구충족에만 급급했다. 게다가 그 남자아이는 돈이 필요하자 미현이에게 숙식비 마련 명목으로 원조교제, 다시 말해 성매매까지 하라고 시켰다. 그 남자아이와 함께 지내고 싶었던 미현이는 어쩔 수 없이 한 달 동안 40회 가량 성매매를 하였고, 그로 인한 수익금 수백만 원을 그 남자아이에게 모두 맡겨 놓고 함께 사용하였다. 다행히 부모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미현이는 집으로 돌아왔고, 부모의 고소로 그 남자아이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미현이도 성매매를 이유로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이는 미현이가 ‘촉법소년(觸法少年)’이었기 때문이다. 비행을 저지를 당시 10세 이상 14세 미만이었던 소년을 촉법소년이라고 하는데, 촉법소년의 비행에 대해서는 기소유예처분이나 형사처벌을 할 수가 없고, 반드시 법원 소년부로 송치하여 소년보호재판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현이 부모는 맞벌이부부로 나름대로 성실히 가정을 잘 꾸려나가고 있었다. 미현이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미현이 아버지는 미현이가 학교를 마치는 시간이면 일하다 말고 달려가 학원에 태워다 주고, 학원 마치는 시간에 학원 앞에서 기다리다 미현이를 집으로 데려와 저녁을 해 먹이고, 미현이가 혼자 있으면 심심해 할까봐 항상 같이 있어주려고 노력할 정도로 미현이에게 헌신적이었다고 한다. 한편, 미현이와 미현이 어머니 사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정에서 양육되던 미현이가 왜 가출을 하게 된 것일까?

미현이의 가출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2년 초순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도 스마트폰 채팅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남자아이 때문이었다. 미현이는 열일곱 살의 그 남자아이와 처음 성관계를 가졌는데, 문제는 그 남자아이의 강요에 못 이겨 그의 친구들과 집단적으로 성관계를 몇 번 가진 적이 있다는 것이다. 미현이는 그 남자아이가 좋았기 때문에 거절하면 헤어지자고 할까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경찰서에서 제출한 자료를 통해서는 미현이가 가출을 하게 된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보호관찰소의 결정전조사서에는 미현이가 가출하게 된 이유가 ‘미현이 아버지가 오빠를 편애하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지극히 간단하게 되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좀 더 깊이 있게 이루어 졌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미현이가 가출을 하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상당히 작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현이에 대한 심리가 2014년 1월에 열렸다.

내가 미현이 부모에게 “가정이나 부모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미현이는 왜 자꾸 가출을 할까요?” 라고 물었다. 그런데 미현이 부모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미현이는 아버지가 오빠만 좋아한다는 이유로 가출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알고 계시는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현이 어머니가 대답했다.

“미현이가 가출하였다가 돌아온 이후 이유 없이 아빠를 싫어하고 저에게 아빠와 이혼하라고 하더군요. 이런 미현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아빠는 너무도 미현이에게 헌신적인 아빠였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살리자는 생각에 ‘네가 가출하지 않겠다면 아빠와 이혼할게’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 미현이가 마음이 바뀌었는지 이혼을 안 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미현이 어머니의 대답을 듣고 ‘미현이 부모 사이에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는 아이가 이혼하라고 한다고 해서 선뜻 이혼을 하겠다고 할 수는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그 사실에 대해서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다시 미현이 부모에게 물었다.

“기록에는 미현이가 지능지수 70으로 경계선 지적 기능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사실을 아시지요?”

그러자 미현이 어머니가 “예, 이 번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되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미현이 어머니의 의외의 대답에 놀라 “예? 아니 그 동안 전혀 몰랐었습니까? 그 정도의 지능지수라면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요?” 라고 되물었다.

대화가 여기에 이르자 미현이가 가출하여 피해를 당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지능이 낮은 미현이는 지능이 정상 수준에 있는 오빠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업성적 등이 좋지 않았을 것이고, 그 문제로 부모, 특히 교육에 남다른 열성을 보이는 아버지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하여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려운 형편에서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미현이가 보통의 아이들과 같은 지적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보통의 아이들과 같은 교육을 받도록 하였고, 이는 미현이가 아버지에 대한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미현이는 부성애의 결핍을 느꼈고 사춘기에 들어 그 결핍을 채워줄 이성에 눈을 돌렸으며, 현대문명의 총아인 스마트폰을 통해 한 남자아이를 알게 되어 가출하였다가 참변을 겪었다’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현이가 너무 가여워졌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소녀가 그런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부모의 부주의로 인해 아버지와의 애착관계 형성해 실패한 후 가출하였다가 짐승보다 못한 아이들에 의해 유린당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미현이의 가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미현이와 미현이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결정전조사서에는 미현이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집을 떠나 오빠와 함께 대안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되어 있었다. 미현이가 처음 가출하여 귀가하였을 때에도 미현이 아버지는 미현이를 품고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대안학교에 보내기부터 했다고 한다. 그것이 결국에는 이번 사건과 같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터인데, 왜 다시 미현이를 집밖으로 내몰아야만 하는지 미현이 아버지의 의중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리를 마치면서 미현이에게는 가출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고, 미현이 부모에게는 미현이의 학교문제를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 보라고 부탁했다. 그런 다음, 미현이에 대하여 정신심리치료를 위한 수강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부모에게 위탁하는 처분을 내렸고, 더불어 부모도 미현이와 함께 보호자특별교육을 받을 것을 명하였다.

미현이의 청소년기는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미현이가 아버지에 대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현이 아버지는 마음을 내려놓고 미현이를 품 안에 두고 관계회복에 먼저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까운 장래에 또 다른 비극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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