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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빠가 우시는데요
작성자 관리자 (Date : 2014.06.12 / hit : 2320)

아빠가 우시는데요.

 소년보호재판을 받는 소년들 중에는 지적장애 소년들이 꽤 있다. 그들 중에는 장애 판정을 받은 소년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의 무지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장애 판정은 받지 못했지만 보통의 아이들에 비해 인지능력이나 관계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계선 지적 기능의 소년들도 있다. 이러한 경계선 지적 기능의 소년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적장애3급 판정을 받은 소년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보건복지부에서는 지적장애 정도에 따라 1, 2, 3급으로 등급을 매긴다. ‘지적장애1급자’는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34 이하인 사람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적응이 현저하게 곤란하여 일생동안 타인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고, ‘지적장애2급자’는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35 이상 49 이하인 사람으로 일상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감독과 도움을 받으면 복잡하지 아니하고 특수기술을 요하지 아니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며, ‘지적장애3급자’는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이다.

소년보호처분을 함에 있어 처우를 결정하기가 누구보다 어려운 소년들이 바로 경계선 지적 기능의 소년들을 포함한 지적장애 소년들이다. 지적장애3급의 소년이 1년 사이에 전과 6범이 되었다는 최근의 보도에서도 보듯이 지적장애 소년들의 재비행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낮은 인지능력 등으로 인해 이들에게는 훈육을 통한 재비행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그보다는 24시간 밀착 감호나 격리가 더욱 효과적인 재비행 예방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교정제도상 밀착 감호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고, 격리는 임시방편의 수단밖에 되지 않는다.

먼저, 밀착 감호에 관해서 본다.

현재 우리 교정제도상 24시간 밀착 감호는 보호관찰소의 도움을 일부 받기도 하지만 거의 보호자들의 몫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보호자들의 힘만으로는 비행성이 있는 소년들을 24시간 쫓아다니며 관리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은 보호자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다. 게다가 보호자들은 사회의 도움을 섣불리 요청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비행을 저지른 지적장애 소년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소년들을 사법형 그룹홈인 청소년회복센터에 위탁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인지능력이나 관계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통의 비행소년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보통의 아이들에 비해 더욱 많은 손길이 필요하기에 현재로서는 보통의 소년들을 예상하고 설립된 사법형 그룹홈에 그들을 위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음으로 격리에 관해서 본다.

지적장애 소년들의 재비행을 가장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격리다. 먼저 생각해 볼수 있는 것이 전문병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형편상 전문적인 병원에나 시설에 소년들을 보내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형편이 나은 보호자들도 만만치 않은 비용으로 인해 소년들을 전문적인 병원이나 시설에 오래 동안 맡겨 두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의료소년원이 있으나 이곳은 지적장애 소년들을 위한 전문적인 시설이 아니다보니 6개월간의 격리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지적장애 소년들을 일반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보내기도 하나 이들도 단순 격리 이상의 교정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무한정으로 격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격리의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격리 기간이 끝나고 나면 다시 보호자들에 돌려보낼 수밖에 없고, 재비행의 염려는 다시 시작된다.

사정이 그러하기에 지적장애 소년들에 대해서는 사회로 돌려보내든 격리시설에 보내든 그들이 언젠가는 다시 법정에 서게 될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결과 소년보호처분을 내리는 판사로서는 자신의 처분이 근원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범죄자로 전락되어 가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찾아온다.

2014년 1월 지적장애 소년인 열일곱 살의 우진이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우진이는 마트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여성의 시선을 분산시킨 다음 그 여성의 얼굴을 만지려고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호주머니에 있던 커터 칼을 꺼내어 그 여성을 여러 차례 찌르려 하다가 그 여성의 반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우진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특수강제추행)’이라는 죄명으로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되었다.

우진이는 지적장애3급인 데다가 충동조절 및 적응 장애를 앓고 있다. 더구나 우진이는 2010년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으로 6개월간 의료소년원에 보내지는 7호처분을 받았고, 2011년에도 같은 법 위반으로 7호처분을 받았었다. 그럼에도 다시 동종 비행을 저질러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우진이가 저지른 비행은 그 정도가 중하고 우진이의 동종 비행전력에 비추어 볼 때 우진이로서는 형사처벌을 받아도 크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처지였으나, 다행히도 우진이는 나이와 지적장애가 참작 되어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되었다.

우진이의 지적장애는 개선이 어려워 보이고, 충동조절 및 적응 장애까지 겪고 있는 데다가 동종 비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우진이의 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우진이가 또 다시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보다는 일시적이라도 사회와 격리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격리 기간과 관련해서는, 우진이를 장기간 소년원에 보내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우진이의 지적장애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일반 소년들과 섞여 생활하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부득불 우진이에 대하여 종전과 마찬가지로 6개월간 의료소년원에 보내는 7호처분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진이의 처우와 관련해 국선보조인과 의견을 나누는 동안 우진이 아버지는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우진이 아버지는 차림새 상으로는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단정한 자세로 보호자석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우진이 아버지는 우진이가 다섯 살 때 아내와 헤어진 뒤 홀로 우진이를 키워왔다. 우진이가 이미 두 번 의료소년원에 다녀왔지만 여전히 우진이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심리를 마치면서 우진이에게 소년원에 가기 전에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 드리라고 했다.

하얗고 조그만 얼굴에 유난히 검은 눈망울이 두드러지는 우진이는 꿇어 앉아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고 외쳐 나갔다.

그러던 중에 우진이는 문득 보호자석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가 우는 것은 우진이에게는 아주 낯선 장면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진이는 어찌할 바를 몰라 외치던 것을 멈추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다음 말했다.

“아빠가 우시는데요.”

우진이의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우진이가 낯선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 말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우진이 아버지의 마음은 나보다 더 아팠을 것이다.

우진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짐작이 가고도 남았으나, 그럼에도 나는 우진이에게 ‘아버지 사랑합니다’를 계속 외치라고 했다.

내 말에 우진이는 다시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외쳐나갔다.

그러자 우진이 아버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든지 우진이에게 달려가 우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들고 있던 모자로 우진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며 함께 울었다.

그렇게 서 있는 부자를 보며 나는 우진이에게 아버지와 안아 보라고 하였다. 그런 다음 우진이에게 소년원에서 생활을 잘 하고 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우진이가 사태를 파악했는지 말했다.

“소년분류심사원에서 매일 반성도 했는데 또 6개월 있어야 됩니까?”

그리고는 우진이는 아버지와 같이 집으로 가겠다며, 소년원에 가지 않겠다며 떼를 썼다. 법정경위가 우진이를 겨우 달래어 법정 밖 대기실로 데려갔다. 대기실 문이 닫히고 난 뒤 어린아이 울음소리 같은 우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진이를 의료소년원에 보내도 특별한 개선 가능성을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진이에 대한 처분을 내리고 나서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내 마음이 이런데 우진이 아버지의 마음은 오죽이나 할까? 평생의 짐이 될지도 모르는 우진이에 대해 아버지노릇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우진이 아버지에게서 진정한 아버지노릇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의 어깨 위에 지워져 있는 짐은 너무도 무겁다. 개선이 어려운 일을 두고 고독하게 싸워나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말해버리는 것은 우진이 아버지에게는 너무도 야속한 일이 될 것이다. 우진이 아버지에게 우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였다고 손가락질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 그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을 함께 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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