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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민일보] 빵 우유 한개씩에 담은사랑.... 소년원 아이들 허기를 달래다 (2022.07.09)
작성자 관리자 (Date : 2023.02.21 / hit : 163)


“우리 사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안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정작 소년원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노출돼 있는지는 무관심한 채 그저 낙인찍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교화되길 기대할 수 있을까요. 비행을 저질렀지만, 이들도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구원하고 돌봐야 할 자녀들입니다.”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의 한 카페서 만난 정유정 권사(54·안산동산교회)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매달 둘째 목요일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과 안양소년원(정심여자중고등학교)을 방문해 187명 아이에게 간식 배달 봉사를 해오고 있는 정 권사는 “소년원 아이들이 배고픔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듣고 ‘만사소년선우회’ 사역에 동참하게 됐다”면서 “간식을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에 배달하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채비를 서두른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선우선교회(이사장 도인자)’와 2015년 청소년회복센터의 운영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만사소년(이사장 박영규)’은 지난 4월 자매 법인 만사소년선우회를 만들고 전국 8개 소년원에 재원 중인 800여명의 아이들에게 한달에 한번(부산·대구 소년원은 두번) 간식을 제공해 오고 있다.

간식은 단팥빵 1개와 우유(200㎖)이다. 단순히 먹이기 위한 빵이 아니다. 간식 배달 봉사자들은 각 지역의 맛집으로 알려진 제과점을 섭외해 그날 갓 구운 뜨끈뜨끈한 빵을 전달한다. 빵의 겉 포장지에는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요한3서 2절 말씀 스티커도 부착돼 있다. 작지만 이런 정성을 통해 아이들도 훗날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멋진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정 권사는 “소년원에 들어가 간식을 전해드릴 때마다 관계자분들이 ‘너무나 필요한 지원’이라며 아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에 기뻐하고 감사하다고 표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유정 안산동산교회 권사가 7일 경기도 안양 만안구 석수동에 있는 안양소년원(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 앞에서 사단법인 만사소년선우회가 제공하는 단팥빵과 우유를 전달하기 위해 소년원 관계자를 기다리고 있다. 만사소년선우회 제공

 

10년간 600원 오른 소년원 급식비


소년법에서 보호처분이 적용되는 대상은 만10세 이상부터 만19세 미만까지다. 만10세 미만은(범법소년) 형사처벌과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만10세 이상부터 만14세 미만일 경우(촉법소년)에는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만14세 이상부터 만19세 미만일 경우(범죄소년)에는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소년원이 아닌 소년 교도소에서 형을 살게 되고 평생 전과 기록이 남는다.

전국에 소년원은 총 10개가 있다. 남자아이들 소년원은 7곳, 여자아이들 소년원은 2곳, 나머지 1곳은 의료소년원이다. 소년보호처분 8호~10호에 해당하는 소년원 송치는 비행에 대한 사법적 기능보다 비행 재범방지를 위한 교육적 기능이 더욱 중시된다.

그래서 ‘소년원’이라는 명칭 대신 중고등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수감 청소년들도 ‘학생’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년간 숙식하며 교과 교육과 직업능력개발훈련, 의료·재활, 인성교육 등을 통해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조심스럽게 자신의 미래를 꿈꿔보기도 한다.

소년원은 이렇듯 범죄에 취약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교육하고 가르치며 전인적인 성장·발달과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지원하지만, 턱없는 식비에 아이들은 배고픔을 호소한다.

오랫동안 위기 청소년을 돌봐온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전국 소년원 1끼 급식비는 2080원이었는데, 2022년은 100원이 오른 2180원이다. 10년 전 소년원생의 한끼 밥값이 1500원대였는데 10년간 고작 600원이 오른 셈”이라며 “한창 성장기의 청소년 아이들의 허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자체별로 급식 단가에는 차이가 있지만, 2022년 서울 지역 1끼당 급식비 예산은 중학생 6043원, 고등학생은 6225원이다. 소년원생들은 서울지역 초등학생들 급식비(1끼당 5256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생활한다.

사식 반입이 금지된 소년원 내에는 매점이 있지만 선생님을 통한 생필품 구매나 부모님이 면회 오는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 성인 교도소와 달리 소년원에는 영치금도 금지돼있다. 부모의 빈부 격차에 따라 소년원 생활이 달라선 안 되고, 모든 학생이 평등해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원의 아이들은 오롯이 3끼 급식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원에서는 밥을 제외하곤 자율배식이 아니다”며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맨밥만 다량 섭취하는 아이들이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인한 고도비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영은, 게티이미지뱅크


“소년원의 저녁 식사는 오후 5시 30분에 끝납니다. 다음 날 오전 7시에 아침밥을 먹기 전까지 아이들은 13시간을 쫄쫄 굶습니다. 이곳에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보살핌을 제대로 못 받은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한순간도 귀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을 아이들을 국가와 사회, 교회가 먼저 진심으로 아끼고 존중한다면 그것이 교육이고 교화에 이를 수 있는 가장 좋은 길 아닐까요.”

코로나19로 소년원은 2년간 더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종전에는 종교 행사를 통해 소년원생들에게 간식도 지원됐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발길이 다 끊겼다. 만사소년선우회 손혜광 실장은 “아이들이 배가 고프니까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게 돼 서로 싸우거나 소위 부조리 행동도 종전보다 더 늘어나게 됐다.

소년원 직원들도 소년원생들 관리가 더 힘들어지다 보니 정신과 치료를 받는 분들도 있다고 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소년원생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소년원생 1일 급식비를 같은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 6호 시설 수준(8139원, 1끼니당 2713원)으로 인상하기 위해 관계기관 협의를 계속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범죄 소년들을 이렇게까지 우대해 줄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청소년 상담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 권사는 “아이들의 범죄를 지적하기 전에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책임은 무엇이었을까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며 “소년원 아이들 대부분은 가정이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보호 처분을 받는데, 어른들과 달리 미완성인 아이들이 처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보살펴준다면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도 여러 미디어 매체를 통해 “소년원에서 진행되는 여러 교육 중에서 제과·제빵을 배운 아이들이 현저히 낮은 재범률을 보인다”고 밝혀왔다. 가정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정신적·육체적 배고픔이 있는데, 제과·제빵을 하면 굶을 걱정이 없고 정해진 재료와 시간과 규칙을 잘 지켜 노력한 만큼의 성과물도 나온다는 것을 배우며 성취감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담장 안의 다음세대도 하나님의 귀한 자녀


코로나19 끝에 닥친 물가 폭등은 만사소년선우회의 사역을 더욱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전국 소년원에 월 1회 제공되는 간식 사역을 월 2~3회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 권사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 피자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소년원생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이야기도 들어주고 독서토론 모임 같은 인문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꿈꾼다. 담장 안의 다음세대 아이들에게도 관심 갖고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안산=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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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54152&code=2311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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