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아침에 참담한 마음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함께 고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외로운 아이들

일반인의 상식을 허물어버리는 잔인하고 끔찍한 청소년들의 폭력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지난 8년간의 사건을 되돌아보니 청소년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몇 개 되지 않는군요. 맹수들의 세계에서처럼 영역보존을 위한 힘겨루기 차원에서 폭력이 발생하는가 하면, 욕설이나 뒷담을 하였다는다는 이유로, 친구사이나 연인사이에 끼어들어 이간질했다는 이유로 폭력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원인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학교폭력을 비롯한 청소년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인관관계가 되고, 특히 끔찍하고 잔인한 폭력은 연인사이에 끼어들어 이간질했을 경우에 종종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전화하였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함께 피해자를 불러내어 3번씩이나 기절을 시킬 정도로 때린 경우도 있고, 자신의 애인과 교제를 시작한 아이를 철길로 끌고 가서 발가벗겨 철길 위에 뉘어 놓고 다시는 자신의 애인을 만나지 말라고 협박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왜 이렇게 관계에 목을 매는 걸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아이들은 너무도 외롭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방치되거나 유기된 아이들은 심하게 외로움을 탑니다. 학교에 가도 미래를 위해 학업에 매진해 나가는 소위 ‘학교에서의 주류’의 아이들에 속하지 못하면서 소외감은 증폭됩니다. 그러다 문제를 일으켜 낙인이 찍히기라도 하면 특수학교로 밀려나거나 아예 학교를 그만두기도 합니다만, 이럴수록 함께 놀아줄 친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 아이들의 외로움은 더해만 갑니다. 외로움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찾아 나섭니다만 유유상종이라고, 이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이 아이들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법과 질서의 사각지대가 되어 위험한 관계로 발전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겨우 정붙일 관계를 찾았지만 이 관계는 아이들에게 아주 위험합니다. 

이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습니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분노가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겨우 이루어낸 관계를 비집고 들어와 간섭하거나 개입하는 것에 대해 과할 정도로 예민해집니다. 이 관계마저 빼앗겨버린다면 완전한 외톨이가 되고, 그렇게 되면 무리에 소속된 아이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어떻게든 관계를 지켜내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어떤 남자아이들은 이러한 심리상태를 악용하여 자신에게 매달리는 여자아이에게 원조교제를 시켜 생활비로 쓰기도 합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사소한 일에도 아이들은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고,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까지 결핍되다보니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학교폭력이나 청소년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관계를 개선해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외로움을 덜 겪도록 해야 합니다. 가족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학교 밖 청소년으로 내몰고, 그 아이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주저하는 교육행정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인권'을 핑계삼아 '보호'를 내팽개쳐서는 안 됩니다. 인권은 인권이고, 보호는 보호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이 바뀌어야 합니다. 늦은 밤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은 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하여 그 아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방치하는 보호자들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책임을 물려야 합니다. 가족이 해체된 아이들은 우리사회가 가족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아이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엄중한 비난이 행해져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끔찍한 청소년폭력은 계속될 지도 모르고, 그것은 다시 우리의 가슴을 찢어 놓을지도 모릅니다.